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설경구, 홍경, 류승범 주연의 ‘굿뉴스’인데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55년 전 실제로 일어났던 놀라운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이 믿기 힘든 이야기는 당시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그날의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굿뉴스 실화의 시작, 1970년 3월 31일 요도호 납치 사건
1970년 3월 31일 오전 7시 33분,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 351편이 공중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승객과 승무원 129명을 태운 보잉 727 여객기는 일본의 강 이름을 따서 ‘요도호’라고 불렸는데, 이 항공기를 납치한 사람들은 일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 요원 9명이었습니다.
적군파는 1970년대에 활동한 일본의 극좌 테러 조직으로, 폭력제일주의를 주장했던 단체인데요. 이들은 조직이 와해되는 궁지에 몰리자 북한으로 망명하기 위해 이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납치범들은 일본도와 권총, 폭탄 등의 무기로 무장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모두 장난감이나 모조품이었습니다.
기장의 기지, 후쿠오카 공항 긴급 착륙
납치범들이 쿠바의 아바나로 가라고 요구했지만, 기장은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국내선 항공기라 연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목적지였던 후쿠오카 이타즈케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오전 9시경 착륙한 공항에는 이미 자위대가 출동해 대기하고 있었어요.
이 사실을 안 납치범들은 격분했지만, 기장은 다시 한번 침착하게 협상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어린이, 환자, 고령자 등 23명의 인질을 먼저 석방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오후 2시경 재급유를 마친 여객기는 다시 북한을 향해 이륙했어요.
대한민국의 더블 하이재킹 작전
여기서부터가 진짜 영화 같은 이야기예요. 한국 정부는 일본 교통성으로부터 항공기 납치 소식을 전달받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어요. 당시는 불과 3개월 전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기 때문에, 절대 요도호를 북한으로 보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섰죠.
한국 관제사들은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어요. 북한 관제사인 척 연기하면서 여객기와의 통신 주파수를 하이재킹하고, 평양이 아닌 김포공항으로 유도한 거예요. 이것이 바로 사상 초유의 ‘더블 하이재킹’ 작전이었습니다.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한 작전
오후 3시 30분, 요도호는 평양이 아닌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했어요. 이때 지상에서는 믿기 힘든 위장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죠. 대한민국 국군 소수 병력이 조선인민군 복장으로 갈아입고, ‘평양 도착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어요.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했으며, 여학생들이 북한 주민으로 위장해 공항을 오갔답니다.
납치범들은 처음에는 이곳이 평양이라고 믿었어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환영 현수막과 인민군 복장의 군인들,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들 때문이었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정교한 위장 작전은 탄로나고 말았어요.
위장 작전의 실패와 그 이유
위장 작전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어요. 가장 유력한 설은 납치범들이 김일성 사진과 북한 노동신문을 요구했는데, 한국에는 당연히 그런 것들이 없었다는 거예요. 또 다른 설로는 납치범 중 한 명이 영어로 한국 군인에게 “여기가 서울이냐”고 물었을 때, 군인이 명쾌하게 “YES”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흑인 미군 병사가 눈에 띄었다는 기록도 있고, 관제사의 말씨가 평양 말투가 아닌 서울 말투였다는 점도 의심을 샀다고 해요. 납치범들은 영어도 잘 몰랐고 북한 공용어인 문화어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단서들을 통해 김포공항임을 눈치챘던 거죠.
긴박했던 협상과 평화적 해결
김포공항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대치 상황이 시작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장관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대책 회의를 열었죠. 한국 정부는 절대 요도호를 북한에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인질의 안전을 위해 북한행을 강하게 요구했어요.
특히 요도호에는 미국인 승객 2명이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압력도 상당했답니다. 결국 일본 교통부 차관 야마무라 신지로가 인질로 자원해 납치범들과 함께 북한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4월 3일 오후 6시 5분, 요도호는 김포공항을 이륙해 휴전선을 넘어 북한 영공으로 들어갔습니다.
북한 도착과 사건의 결말
평양 교외의 미림비행장에 착륙한 요도호에서 납치범들이 던진 무기는 모두 장난감과 모조품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은 처음에는 “상황이 바뀌어 승무원과 기체의 빠른 송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자 입장을 번복했죠. 결국 납치범 9명을 제외한 조종사 3명과 야마무라 차관은 요도호를 타고 무사히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었어요.
이 사건에서 놀라운 점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됐다는 거예요. 19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전문 대테러 부대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항공기 인질극에 대한 대응 매뉴얼조차 없던 때였거든요. 만약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면 많은 인질들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영화 굿뉴스는 어떻게 재구성했을까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는 이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상황은 상상에 의한 허구임”이라는 자막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솔직하게 접근하죠.
영화 속 설경구가 연기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는 “일어난 사실과 약간의 창의력, 믿으려는 의지”가 쇼를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라고 말해요. 이 대사는 영화가 바라보는 사건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일본 이타즈케 공항에서 자위대가 활주로를 막았던 것, 조종사에게 교과서를 찢은 듯한 허술한 지도를 준 것, 김포공항에서 흑인 미군을 보고 의심했던 것 등은 모두 실제 기록을 반영했습니다.
요도호 납치범들의 그 후
북한으로 망명한 적군파 요원 9명의 이후 행적도 흥미로워요. 2021년 기준 일본 공안당국의 파악에 따르면, 9명 중 4명이 북한에서 생존 중이라고 합니다. 이들 중 1명은 1988년 일본에 잠입해 지하활동을 벌이다 체포됐고, 1명은 2000년 태국에서 달러 위조 혐의로 체포되어 일본으로 송환됐죠.
놀랍게도 생존한 납치범들은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북한 홍보 영상에도 출연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북한 측 감시 속에서 북한에서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굿뉴스 실화가 현대에 던지는 메시지
변성현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1970년대 벌어진 사건이지만, 제가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어요. 영화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 그리고 각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쇼를 해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외교적 우위를 점하게 됐어요. 수년 전 만경봉호를 통해 북한으로 수많은 재일 한국인을 북송시킨 것에 대해 일본 정부를 비판할 명분을 얻었고, 일본은 한국과의 외교 교섭에서 큰 빚을 지게 됐죠.
마무리
요도호 납치사건은 냉전 시대 동북아시아의 긴장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12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탄 여객기가 납치되어 김포공항에 불시착했고, 대한민국은 대담한 위장 작전으로 대응했죠. 비록 작전은 실패했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에서 기적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영화 ‘굿뉴스’는 이 실제 사건을 변성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블랙코미디로 재해석했어요. 설경구, 홍경, 류승범을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도 큰 볼거리랍니다. 10월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국내 영화 차트 1위에 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굿뉴스’를 통해 1970년 요도호 납치사건의 진실을 확인해보세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진실과 거짓, 쇼와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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