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가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오브 캘리포니아(PACB)’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10월 29일 102만 8318주 매입을 시작으로, 10월 30일에는 63만 3천 주, 31일에는 ARKG ETF가 103만 5568주를 매입하여 총 190만 5445달러 규모의 거래를 완료했습니다. 190만 달러면 약 26억 원에 해당하는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추가 편입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오브 캘리포니아가 어떤 주식이고, 앞으로 투자 전망은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PACB, 어떤 회사길래?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오브 캘리포니아(Pacific Biosciences of California), 줄여서 팩바이오(PacBio)라고 불리는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입니다. 2000년에 설립되어 현재 유전체 분석을 위한 고급 시퀀싱 솔루션을 설계, 개발, 제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HiFi 시퀀싱’이라는 혁신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입니다. 단일 분자 실시간(SMRT) 기술을 활용해 매우 복잡한 유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퀀싱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DNA를 읽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근데 이게 단순한 DNA 읽기가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유전 정보까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왜 캐시우드가 PACB를 담앗나?
사실 캐시우드의 ARK Investment가 PACB를 이렇게 매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7년 3분기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후 22번이나 추가 매수를 했고, 현재 PACB 전체 주식의 11.6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ARK의 PACB 보유 가치는 약 7040만 달러로, 포트폴리오의 0.45%를 차지하는 40번째로 큰 보유 종목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ARK가 계속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수한다는 건 캐시 우드가 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겠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에도 PACB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해 유전체 전문 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매수 소식 덕분인지 10월 31일 PACB 주가는 20.62% 급등한 2.3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혁신 기술 투자로 유명한 캐시 우드가 왜 이 회사에 주목했는지, 과연 PACB가 차세대 유전체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알아봅시다.
혁신의 핵심, Revio와 Vega 플랫폼
Revio 플랫폼
PACB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혁신적인 제품 라인업 때문입니다. 2022년 10월에 발표된 Revio 시스템은 연간 최대 1,300개의 인간 전체 게놈을 30배 커버리지로 1,000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시퀀싱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의 DNA를 완전히 분석하는데 수백만 달러가 들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한 대 가격으로 가능해졌습니다.
SPRQ-Nx 기술
더 놀라운 건 2025년 10월에 발표된 SPRQ-Nx 기술인데, 이를 통해 게놈당 비용을 현재보다 최대 40% 절감해 300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베타 테스트 참가자들은 게놈당 약 250달러에 384개 게놈의 시퀀싱 시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Vega 시스템
24년 11월에 출시된 Vega 시스템은 회사의 첫 번째 벤치탑 롱리드 시퀀싱 플랫폼입니다. 16만 9000달러의 가격에 고성능 Revio 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컴팩트한 크기로 제공합니다. 작은 연구실에서도 최첨단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게 된 셈인데요. 마치 대형 컴퓨터만 가능했던 일을 노트북으로도 할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한 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적도 나쁘지 않아
투자할 때는 기술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죠. 실적도 중요합니다. PACB는 2025년 2분기에 3,98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이는 시장 예상치인 3,66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였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53% 증가한 1,26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Revio 및 Vega 시스템 판매 증가와 동남아시아 인구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적자 상태입니다. 그래도 25년 2분기 GAAP 운영비용이 전년 동기 1억 8180만 달러에서 5950만 달러로 67% 감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회사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경영진은 2027년 말까지 현금 흐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매출 총이익 개선, R&D 지출 효율화, 장기 염기서열 분석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상 시장으로의 진출
PACB가 흥미로운 이유는 연구용 장비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의료센터와의 파트너십에서 Revio 플랫폼을 사용해 기존의 단기 읽기 시퀀싱이 실패한 100개의 복잡한 환자 샘플에서 93%의 진단 수율을 달성했습니다. 기존 기술로는 진단할 수 없었던 희귀 질환이나 복잡한 유전 질환을 PACB의 기술로는 93%나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25년 9월에는 고처리량 보인자 스크리닝 시장에 진출하면서 PureTarget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단일 Revio 시스템에서 연간 최대 10만 개의 샘플 처리량을 지원한다고 하니, 대규모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진 셈입니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최대 71%가 하나 이상의 병원성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 계획에서 보인자 스크리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진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기회도 많아
물론 유전체 분석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일루미나의 최근 롱리드 시퀀싱 진출과 옥스포드 나노포어의 비용 효율적이고 휴대 가능한 플랫폼 등 경쟁 업체 기술 개발도 활발합니다.
그런데 PACB만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HiFi는 일루미나나 나노포어 기반 경쟁사인 옥스포드 나노포어와 달리 구조적 변이와 복잡한 게놈 영역을 감지하는 데 있어 비교할 수 없는 정확성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암 유전체학과 희귀 질환 진단과 같이 정밀도가 가장 중요한 응용 분야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희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신중해야 할 시점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보면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현재 PACB의 시가총액은 약 7억 580만 달러로 소형주에 속하고, 52주 최고가가 2.72달러, 최저가가 0.85달러로 변동성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PACB에 대해 ‘Equal-weight’ 등급을 유지하며 목표 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강력한 제품 혁신에도 불구하고 기기 판매 주기의 불규칙성과 학술 자금 지원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 가시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 주가는 2.08달러로, 최저 1.01달러에서 최고 3.15달러까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무리
PACB는 분명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HiFi 시퀀싱 기술은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도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캐시 우드가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수하는 건 이런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적자 상태이고 2027년까지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 그리고 높은 주가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신중해야 할 이유예요. 특히 단기 투자보다는 유전체 혁명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11월 5일 실적 발표라는 단기 이벤트가 있지만, 기대감에 주가가 이미 상승한 모습입니다. 당장 투자를 고려하기보다는 조정을 기다리며, 실적 발표와 이후 경영 상황을 모니터링 해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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