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바로 ‘포괄임금제’ 문제입니다. “공짜 야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제도가 폐지되거나 규제가 강화될 경우, 당장 내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어떻게 변할지 불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야근 수당을 제대로 받아서 월급이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와 “회사가 기본급을 낮춰서 결국 연봉이 깎일 것이다”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내 급여는 어떻게 변할지와 내 월급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포괄임금제 폐지, 왜 이슈가 되는가?
포괄임금제란 실제 근로 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시간 외 근로 수당(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미리 정해진 금액으로 급여에 포함하여 일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원래는 외근이 잦은 영업직이나 현장직 등을 위해 고안되었으나, 출퇴근 시간이 명확한 사무직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공짜 야근’ 논란의 핵심
많은 기업이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을 근무시키면서도, “이미 월급에 야근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논리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월 20시간분의 수당만 포괄해 놓고 실제로는 40시간, 50시간씩 야근을 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제도가 폐지되거나 엄격하게 제한되면, 회사는 ‘일한 만큼’ 정확하게 시간을 계산해서 돈을 줘야 합니다. 즉, ‘공짜 노동’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시나리오별 월급 변화 시뮬레이션
제도가 폐지되었을 때 내 월급이 오를지 내릴지는 현재 여러분이 얼마나 야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회사가 어떤 대안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분석해 봤습니다.
시나리오 A: 야근이 잦은 ‘프로 야근러’ (월급 상승)
현재 포괄임금제 하에서 정해진 고정 시간(예: 월 20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제도가 폐지되면 실제 근무한 모든 시간에 대해 1.5배의 가산 수당을 받아야 하므로 월급은 확실히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통상시급이 1만 5천 원인 직장인이 매월 40시간의 연장 근로를 한다면 기존에는 20시간분만 인정받아 손해를 봤지만, 변경 후에는 나머지 20시간에 대해서도 약 45만 원(1.5만 원 x 1.5배 x 20시간)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시나리오 B: ‘칼퇴’를 지키는 직장인 (월급 유지 또는 감소 위험)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 직장인이라면 셈법이 복잡해집니다. 기존에는 야근을 안 해도 포괄되어 있던 수당(고정OT)이 월급에 포함돼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비 정산으로 바뀌면, 야근을 하지 않을 경우 이 수당이 사라져 월 실수령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 없이 임금 총액을 삭감하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입니다. 따라서 회사는 보통 ‘기본급’을 올려 기존 연봉 총액을 맞춰주는 방식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신규 입사자나 연봉 협상 시점에서는 이 ‘고정 수당’이 빠진 금액으로 계약을 유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나리오 C: 회사의 ‘고정OT 수당’ 도입 (조삼모사)
많은 기업이 선택할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포괄임금제라는 명칭만 없애고, ‘고정 시간 외 수당(Fixed OT)’ 항목을 신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 20시간까지는 야근을 하든 안 하든 수당을 주겠다. 단, 20시간을 넘으면 추가로 준다”는 식입니다. 이 경우 현재와 급여 명세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초과분에 대한 지급 의무가 명확해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내 월급, 어떻게 계산될까? (통상임금의 중요성)
제도가 바뀌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통상임금’이 됩니다. 모든 추가 수당 계산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
통상임금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합니다. 기본급뿐만 아니라 직무수당, 자격수당, 식대(일부 조건)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상여금이나 명절 귀향비처럼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주는 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내 통상 시급이 얼마인지 아는 것이 연봉 협상의 첫걸음입니다.
- 통상 시급 계산법: 월 통상임금 ÷ 209시간 (주 40시간 근무 기준)
수당 계산 공식
실비 정산제로 바뀌면 아래 공식에 따라 급여가 책정됩니다.
- 연장 근로(1일 8시간 초과): 통상임금 × 1.5 × 근무시간
- 야간 근로(밤 10시 ~ 오전 6시): 통상임금 × 0.5 × 근무시간 (연장 근로와 중복 가능)
- 휴일 근로(8시간 이내): 통상임금 × 1.5 × 근무시간
직장인이 지금 준비해야 할 액션 플랜
회사가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제도가 과도기에 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입니다.
1) 근로계약서 재검토
현재 내 계약서에 ‘포괄 산정하여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고정 연장 근로 시간이 몇 시간으로 잡혀 있는지 확인하세요. 기본급과 제수당의 비율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해야 추후 임금 체계 개편 시 불리한 변경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2) 근무 시간 기록 습관화
‘공짜 노동’을 입증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수입니다. 회사 출퇴근 기록 시스템이 있다면 캡처해두고, 없다면 교통카드 내역이나 구글 타임라인, 별도의 근무 기록 앱을 활용하여 매일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 두세요. 이는 추후 미지급 수당을 청구하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3) 취업규칙 변경 동의 여부 확인
회사가 임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때, 변경 내용이 나에게 불이익하지 않은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등의 꼼수는 없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포괄임금제가 폐지된다고 무조건 월급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일한 시간’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입니다. 야근이 많은 분들에게는 ‘금융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연봉 총액 보전을 위한 협상 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난달 급여 명세서를 꺼내보세요. 기본급과 고정 수당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내가 실제로 일한 시간과 비교해 보세요. 제도의 변화는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무관심한 자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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