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별세 이유와 영원히 기억될 명작 BEST 5, 국민배우의 마지막 인사

촛불 이미지
이순재 별세

2025년 11월 25일 새벽, 대한민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한 별이 졌습니다.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이순재. 그는 단순히 오래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국 드라마의 역사와 함께 숨 쉬며 수많은 걸작을 남긴 진정한 국민배우였습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며 남긴 인사는 그가 얼마나 겸손하고 따뜻한 분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70년 연기인생, 한국 방송사와 함께한 전설

이순재 님은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습니다. 4살 때 서울로 내려와 조부모 슬하에서 성장했습니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결심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고,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 HLKZ-TV 드라마부터 출연한 그는 한국 TV 산업의 첫 걸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산 증인이었습니다. 14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단역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고 본인도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70년 연기 인생과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순재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연예계에서는 故 송해에 이어 두 번째, 배우로서는 세 번째입니다.


별세 이유

사망 원인은 폐렴과 노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폐렴으로 인한 입원 중에도 차기작 출연을 준비하며, 수시로 대본을 외우며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순재 배우와 연극 출연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지난해 말부터 건강 이상 신호가 있었지만 소속사는 재활 치료 중이라며 건강 문제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3주 전에도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 대답만 할 수 있을 정도 였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주변인들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강 악화 소식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순재 배우 대표작 BEST 5

많은 작품과 열정,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맏은 만큼 대표작도 많은데요. 그 중에도 명작으로 꼽히는 BEST 5를 정리해봤습니다.


사랑이 뭐길래 (1991-1992)

최고 시청률 65%, 평균 시청률 59.6%를 기록한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 작품입니다. 김수현 작가의 주말 드라마에서 그는 ‘대발이 아버지’ 이병호 역을 맡아 전형적인 가부장을 연기했습니다. “대발아”라는 그의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는 전국민의 유행어가 되었고, 이 작품으로 그는 명실상부한 ‘국민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이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아버지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연기한 덕분에, 시청자들은 미워할 수 없는 정을 느꼈습니다. 이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허준 (1999)

최고 시청률 64.8%를 기록하며 현재까지도 사극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한 명작입니다. 전광렬이 연기한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을 맡아 극 초중반부 사실상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작품을 이끌었습니다.

의원의 길에 관한 수많은 명대사를 남기며 사랑받았으며, 특히 허준에게 유언으로 자기 몸을 해부해 의술을 더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방송 시간에는 택시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 (2006-2007)

72세의 나이에 출연한 MBC 일일 시트콤으로, 이순재 배우의 또 다른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입니다. 한의원 원장이지만 며느리에게 밀려난 시아버지, 야한 동영상을 보다 가족에게 발각되는 철없는 할아버지 캐릭터로 변신했습니다.

근엄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펼친 코믹 연기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본인은 오히려 “연기에 대한 칭찬 아니겠느냐”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팀과 함께 공동 대상을 수상하며, 당시 71세로 역대 최고령 연예대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이산 (2007-2008)

MBC 월화 드라마로 조선 제21대 왕 영조 역을 맡아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정조의 할아버지이자 사도세자의 아버지로서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최고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켰고, 2007년 MBC 연기대상 사극부문 황금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실제로 이순재 배우의 얼굴이 영조의 어진과 많이 닮아 고증에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공주의 남자 (2011)

KBS 수목 드라마에서 좌의정 김종서 역을 맡았습니다. 이순재 배우는 1978년 영화 ‘세종대왕’, 1990년 드라마 ‘파천무’에 이어 세 번째로 김종서 장군을 연기한 것으로, 20년 만에 다시 맡은 역할이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밝혔습니다.

78세의 고령에도 새벽까지 8시간 넘게 대기하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으로 후배 배우 김영철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24.3%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예능에서도 빛난 ‘꽃보다 할배’

드라마뿐만 아니라 2013년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79세의 나이에도 빠른 걸음으로 ‘직진 순재’, ‘순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으로 ‘참어른’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나 받으려고 주저앉아 버리면 늙어버리는 거고, ‘난 아직도 한다’ 하면 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인생관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극 무대

이순재 배우는 방송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87세에 연극 ‘리어왕’에서 200분이 넘는 대사량을 완벽히 소화했고, 89세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배우로서의 철학과 후배들에게 남긴 가르침

이순재 배우는 생전 “연기가 쉽지 않다, 평생을 했는데도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어서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2024년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들 수백 명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최대한의 노력을 한 사람이 지금 남아있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원로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차례까지 몇 시간씩 대기하며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어떤 배역이든 불만 없이 묵묵히 수행하며 연출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모든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영원한 배우

2024년 말까지도 KBS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90세의 나이에도 연기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이 작품으로 2024년 KBS 연기대상에서 생애 처음 단독 대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며 늘 준비하고 있었고 오늘 이 아름다운 상을 받게 되었다”며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이것이 국민들 앞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국민배우

이순재 배우는 단순히 오래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도전했던 진정한 예술가였습니다. 가부장적 아버지부터 코믹한 할아버지, 카리스마 넘치는 왕까지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가 생전 남긴 “내 소망은 무대에서 쓰러지는 거다, 그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말처럼, 마지막까지 연기를 사랑하고 대사를 외우며 준비했던 그의 모습은 모든 후배들에게 영원한 귀감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동료 배우들과 후배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조문이 이어졌습니다. 70년 연기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수많은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 이순재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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