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다시 한번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그가 이번엔 AI 기술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규모 공매도를 걸면서 “이번엔 AI 거품이다”라고 선언한 그의 경고는 과연 현실이 될까요?
오늘은 마이클 버리가 AI 기술주를 숏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이클 버리, 2년 만에 돌아와 AI 버블 경고
2025년 11월, 약 2년간 침묵을 지키던 마이클 버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을 게시하며 시장 과열을 경고했고, SNS 계정 이름을 ‘카산드라 언체인드’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진실을 예언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비운의 예언자 카산드라에서 따온 것으로, 자신의 경고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그의 실제 투자입니다. 마이클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밝혀졌습니다. 팔란티어 풋옵션 투자 금액은 920만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분기에 엔비디아 풋오션(2027.12.17 만기, 행사가 110달러)도 투자했습니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방식으로, 그가 AI 대장주들의 급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이클 버리는 AI 기술주의 회계 처리 방식 변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실제보다 길게 설정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GPU 장비의 수명을 4년에서 5~6년으로 늘리면, 매년 반영되는 감가상각비가 줄어들어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이클 버리의 구체적인 경고 메시지
마이클 버리는 2025년 11월 현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2005년 앨런 그린스펀의 발언과 비교하며 경고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AI 기업들은 실제로 수익성이 있고 과거와는 다르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버리는 이것이 2005년 그린스펀이 “주택가격 거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던 것과 동일한 패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substack에 유료 구독 채널 ‘카산드라 언체인드‘를 개설하며 AI 시장 과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본격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헤지펀드 등록을 취소한 후 시장 거품론을 더욱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11월 서브스택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에는 AI 버블을 경고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그의 핵심 주장은 버블의 본질이 기업의 수익성이 아니라 ‘공급측 과잉’에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이 설비와 인프라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처음에는 수요도 있고 실적도 좋지만, 결국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설비의 절반 이상이 놀게 되면서 마진이 붕괴되고 주가가 무너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버리는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예로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적자 기업들이 버블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퀄컴 같은 수익을 잘 내던 대형주들이 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당시 통신사들은 해저 케이블과 광섬유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2002년 기준으로 광케이블 인프라의 5%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공급만 폭발하고 수요는 뒤따라오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가가 투자 사이클의 중간쯤에서 피크를 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주가가 이미 하락하고 있을 때도 CEO들은 “수요가 강하다”, “둔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스코의 경우 버블 붕괴 후에도 CEO들이 강한 수요를 강조했지만, 주가는 계속 떨어졌습니다.
버리는 현재 AI 상황이 90년대와 매우 유사하다고 봅니다. 당시 “모든 산업이 필요로 할 무한한 데이터 전송”이라는 명분으로 광섬유가 과잉 공급됐듯이, 지금은 “모든 산업이 필요로 할 무한한 AI 컴퓨팅”이라는 명분으로 데이터센터, GPU, 전력 인프라가 과잉으로 깔리고 있다는 합니다. 그는 엔비디아를 “새로운 시스코”로 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이클 버리는 AI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경고하는 것은 좋은 기술 위에, 너무 빠른 돈이 한쪽 방향으로만 쏠릴 때 발생하는 시장 붕괴입니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90년대 데이터 인프라처럼 공급 과잉으로 시작해서 수익성 붕괴, 그리고 주가 장기 하락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도 존재한다
마이클 버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이 닷컴 버블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현재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은 실제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4분기에 매출 393억 달러, 주당 순이익 0.89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 78%, 순이익 71% 증가를 보였습니다.
2) 인프라의 실질적 구축
닷컴 버블 당시에는 고속 인터넷망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웹 서비스가 느리고 불편했습니다. 반면 현재는 AI를 활용한 실질적인 서비스들이 작동하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 수요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3) 기업의 재무 건전성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낮은 레버리지, 자산 경량화, 높은 품질의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많은 기업들이 현금 고갈로 파산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마이클 버리 경고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과거 사례를 보면 버블의 붕괴 시점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앨런 그린스펀이 1996년 말 주식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언급한 지 3년 후에야 닷컴 버블이 터졌습니다. 마이클 버리 자신도 2005년부터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했지만,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진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버블이 터지기 위해서는 ‘현금 필요성’과 같은 촉매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러한 명확한 촉매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BofA 역시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 증가가 버블 형성의 신호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며, 주가와 변동성 모두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마이클 버리의 AI 버블 경고는 무시할 수 없는 신호입니다. 과도한 밸류에이션, 극단적인 시장 집중,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열광 등 닷컴 버블과 유사한 징후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닷컴 버블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버블이 언제 터질지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고, 조기에 하락 베팅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위험도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낙관도, 비관도 아닌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AI 기술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인 과열 신호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분산 투자, 적절한 포지션 크기 조절, 그리고 자신의 투자 목표와 위험 허용도에 맞는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Recommended Posts
Add your first comment to this post